블로그를 시작하며

비전문가의 망설임

경제를 주제로 블로그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다. 시장의 움직임과 그 뒤에 숨은 데이터의 인과관계를 분석하는 일은 늘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뜻 시작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자신감 부족이었다. 금융권 실무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대학에서 경제학이나 금융공학을 체계적으로 전공한 전문가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리포트와 분석 글 사이에서 ‘비전문가가 작성한 글이 과연 독자들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늘 망설이게 만들었다.

용기를 준 영상

그러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OpenAI 연구원 Gabriel Peotter의 인터뷰를 보게 됐다.

핵심은 AI 시대가 오면서 학습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점이었다.

기존에는 수많은 기초 이론부터 차근차근 배워나가는 ‘상향식(Bottom-Up) 학습’이 정석이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충분한 지식을 갖추기 전까지 실전 시도를 미루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지쳐 포기하기 쉽다.

반면 AI라는 파트너가 생긴 지금은 ‘하향식(Top-Down) 학습’이 가능해졌다. 일단 이루고자 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뒤, 진행 과정에서 마주치는 부족한 지식이나 난해한 개념을 그때그때 채워나가는 방식이다.

이 영상은 나에게 큰 전환점이 되었다. 완벽한 지식을 가진 전문가가 되어야만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전문가에 가까워 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이 블로그가 나아갈 방향

물론 이미 시장에는 수많은 경제 전문가와 훌륭한 분석을 제공하는 매체들이 차고 넘친다. 지식의 깊이나 실무 경험의 궤적으로만 본다면 내가 그들을 따라갈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비전문가의 시선이기에 오히려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이 분명 존재한다고 믿는다.

첫째, 초심자의 눈높이에서 맥락을 짚어내는 것이다. 전문가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해서 굳이 설명하지 않고 지나치는 기본 개념이나 행간의 의미를 직접 배워가는 입장에서 친절하고 꼼꼼하게 풀어낼 수 있다.

둘째, 데이터와 연구 자료에 기반한 객관적인 분석이다. 막연한 직관이나 자극적인 통설에 의존하기보다는 공개된 수치와 데이터, 학술 논문 등의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현상의 인과관계를 차근차근 검증해 나갈 것이다. 때로는 경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시장에 의외의 나비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흥미로운 신호와 연구들을 발굴하는 시도도 이어가려 한다.

부족한 지식은 하향식 학습을 통해 계속해서 채워나갈 것이다. 정답을 전달하는 전지적 멘토가 아닌, 데이터와 현상을 매개로 끊임없이 질문하고 탐구하며 독자분들과 함께 성장하는 기록 공간이 되기를 꿈꿔본다.